지리산 종주 4
22일
건이가 일어난다. 몇시냐고 물으니 4시란다.
더 잔다. 누가 발로 찬다. 래순이다.
어제 밤 분명 6시까지 자기로 했었는데...
눈비비고 일어나니 문기, 래순, 건은 이미 아침식사 완료.
빨리 준비해서 먹고....
아주 잘 잤다. 물론 나 때문에 누군가는 잠을 잘 못 잤을수도 있다. ㅎㅎㅎ
다리는 물론 안좋다. 파스 잔뜩 바르고, 타이레놀 먹고, 근육이완제는 어제 먹었든가?
6시 장터목으로 출발~~
3분쯤 걸으니 세석평전이 나온다. 이곳은 잔돌이 많아 평야같다고 붙혀진 이름이라나...
안내판에는 뭐라 써있었는데 기억은 잘 안난다.
조금더 오르니 촛대봉이다. 어제 출발할 때 촛대봉 일출을 보자고 래순이 그랬는데...어제밤 취소했다. 왜...너무 힘들어서...
단체사진 한 장 찍는다. 건이가 산호회 깃발을 챙겨왔다. 기특한 녀석 같으니...
여기부터는 장터목까지 계속 오르막길이다. 로프구간도 간간히 나온다. 아싸~~
경치가 좋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걸어온 구간이 그림처럼 나온다.
멋/지/다.
오길 정말 잘했다.
이런 좋은 산을 함께한 일행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철계단을 지나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며 연화봉 정상에 오른다.
이곳에서 장터목까지는 완만하다.
오른쪽은 거림이고, 왼쪽은 백문동이다.
진술이는 백문동에서 두 번 올라와봤단다.
장터목대피소가 저기 있다. 야호!!!!
진술이가 정상은 작년에 두 번 갔으니 배낭을 지키겠다고 한다.
고맙다. 문기는 배낭을 메고 올라간다.
다들 가볍게 물 한통 갖고 오른다.
장터목 대피소가 1,653m, 천왕봉까지 1,7km 기어라도 가자.
어찌하다보니 맨 꼴찌로 오른다.
앞에 헌호 부부가 있다.
이런저런 이야길하며 제석봉으로 향한다. 사방에 고사목에 눈이 간다.
이제 천왕봉이 1km 남았다. 헌호부부를 뒤로하고 오른다.
경란부부도 뒤로한다.
통천문이다. 뒤를 보니 그간 걸어온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숨이 가빠진다. 멀리서 까마귀 소리가 들린다.
09:20 드디어 천왕봉(1,915m) 도착이다.
선두는 이미 도착해 사진도 찍고...
나도 천왕봉 표지석에서 한컷 찍었다.
힘들게 올라온 만큼 기쁨도 크다.
산호회 깃발을 펴고 단체사진을 찍었다.
무사히 올라온 이들이 자랑스럽다.
자.... 무사히 하산할 일만 남았다.
11:00 장터목대피소
이른 점심을 먹는다. 점심메뉴 역시 라면죽....
그래도 맛나게 먹는다. 드디어 내가 가져온 단무지를 먹었다...배낭무게가 그만큼 줄었다. ㅋㅋㅋ
12:00 중산리로 하산.
내려 가는 길이 엄청나게 가파르다. 무릎에 부담이 온다.
헌호부부가 처진다. 진술과 나도 절뚝거리며 내려간다.
역시 1진은 문기 래순 민호 건...
태형이도 쳐진다. 경란부부와 태형, 진술 나. 잠시 상봉.
진술과같이 내려가다 내가 좀 빨리 걷는다.
왼쪽 무릎뒤 쪽 힘줄이 계속 속을 썩인다. 내려올때 발을 잘못 집으면 통증이 말할 수 없다.
계곡은 무지 좋다.
알탕을 하고 싶은 유혹이...하지만 참는다...
칼바위가 보인다. 중산리까지 1.3Km 남았다.
몇 팀이 나를 추월해간다.
계곡의 물소리가 피로를 덜어주나 그래도 힘들다.
다 왔다...
용궁식당에서 1진이 막걸리를 마시며 야부리를 깐다.
식당 창고에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나오니 남은 일행이 도착했다.
모두들 무사히.
택시로 원지로 이동했다.
갈비찜과 추어탕, 소주, 막걸리를 먹으며 1박2일의 여정을 이야기한다.
맛있게 잘 먹었다. 헌호야....
버스안에서 단잠에 빠져 신탄진 도착. 그리고 서울도착...힘들다.
하지만 뿌듯하다.
함께 한 일행에게 감사하다. 무사히 산행을 마치게 해준 지리산도 감사하다.
이문기회장, 권민호대장 수고 많았다.
경란 그리고 '형' 수고 많았습니다.
헌호 형수님 헌호보다 훨씬 잘 걸으시더라. ㅋㅋㅋ
우리 모두 승리자다.